더 기버
더 기버는 정말 오랜만에 읽어본 픽션소설이다.
평소 논픽션만 읽는 나는 소설 이라는 허구의 삶을 들여다 볼 마음 속 여유와 흥미가 없었던것 같다.
어릴적, 학창시절 클래식과 현대소설이 내가 읽은 픽션소설의 다고 (그때도 한창 유행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앵무새죽이기 등의 유행하는 책을 읽긴 했지만 전혀 감흥이나 재미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연금술사만 기억이 난다) 자유롭게 책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부터 나는 소설은 멀리했다. 아니 손이 잘 가질 않았다라는 편이 더 맞겠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볼 시간에 나에 대해 더욱 고찰하고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더 하는게 더 가치있다고 여겼었나보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도, 가십거리도 그닥 즐기는 편이아니다. 아니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이제 감정이 매말라 가는 나이가 되서 그런건지, 오히려 깊고 풍부한 감정선이 생겨서인건지,
픽션 소설에서 오는 감정이 꽤 진하게 여운을 가지고, 특히 "더 기버"라는 소설은 나에게 픽션의 순기능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던
사고의 전환을 일으켜 준 책이 된 듯 하다.
고통없는 유토피아적인 삶이 이런 삶이라면? 이라는 가정에서 시작된 소설 '더 기버'
가난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미래, 안정된 사회와 풍요만 있는 미래, 현대적 시각에서 맞춘 유토피아(No-place)소설, 처음엔 꽤나 이상적으로 여겨지며 편안하게 읽다가, 조금씩 불편함이 느껴지고 결국엔 충격적인 전개로 숨가쁘게 마지막 장까지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 인간은 자유를 주면 늘 잘못된 선택을 하지"
잘못된 선택을 통제하기 위해 Elder group에 의해 개개인의 직업 및 역할이 배정되고, 다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고통을 없애기 위해 같음(Sameness)으로 공평하게 이루어지는 사회.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해 순응만 하기만 하면 평생 스트레스 없이 풍요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데, 읽어갈 수록 불편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바로 "통제" 였다.
리시버로써 처음으로 기버에게 전달받게 된 메모리는 '눈' 이었다. 차가운 입김에 폭신한 눈 위에서 눈썰매를 타는 기억이 흥분되고 즐거웠던 조나스가 왜 지금은 눈이 사라지게 된거냐고 기버에게 물었을 때
"눈이 내리면 식량들이 자라지 않고 농사기간이 짧아지지.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때문에 교통이 거의 마비상태에 빠지기도 했단다. 실용적이지 못해 Sameness 를 추구하면서 더이상 쓸모가 없어지게 되었단다." 태양 역시 사람들이 받는 Sunburn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더이상 태양의 존재를 부정하고 통제를 시켰다라는 글에서 생각지 못한 통제에 충격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충격의 도.가.니 ~~
외부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우리는 외부환경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에서 오는 축복을 보지 못하고 혹은 과감히 포기하며 살아가는 삶의 끝은 정말 사랑을 알지 못하고, 색을 구별하지 못하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 삶은 정말로 내가 원하는 평화로운 삶인가에 대한 사유를 해본다.
자동차의 발견, 인터넷의 발견, 전기차의 발견으로 우리는 새로운 편리함을 얻고, 또 그 시절의 낭만을 잃는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지 못한 부정적인 무언가를 잃는다. 만약 미래사회가 우리가 받는 불편함과 스트레스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과연 어디까지 통제를 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통제하는 삶의 댓가로 어떤 것을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마 생각지 못한 우리 몸의 기능이 퇴화되듯, 어쩌면 우리도 조금씩 자연스럽게 어떠한 기능들이 퇴화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네 인생에서 어떤 부분이 통제하고 싶을 정도의 스트레스 일까.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무어" 도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유토피아를 양산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바로 경제적인 차이에서 오는 고통이 인간이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여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인간으로써 고통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불평등은 어쩌면 그것을 이루기위해 가장 많은 노력과 도전을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인간의 본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그것을 버리고 사는 삶은 인간으로써의 삶에서 어떤 목적으로 삶을 살아가게 되는건지. 인간이 동물과 식물과 차별화 할 수 있는것이 있다면, 도전하는 삶, 사유하는 삶, 나만의 의지가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으로 인간의 가치를 발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나에게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나 또한 당연히 그 곳을 탈출하는 길로 선택을 할것 같다.
붓다는 삶을 통해 얻는 고통은 필수적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 고통은 오롯이 내가 바라보는 세계관에 의해 생겨난 고통이며, 집착과 욕심을 버리면 고통 또한 멸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더 기버라는 책과, 유토피아라는 책은 외부 환경을 바꿈으로써 유토피아를 이루려고 했고, 붓다는 내 마음 가짐을 바꿈으로써 내 안의 유토피아를 이루라고 한다.
두가지 다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써 더 나은 삶을 위해 통제되어야 하는 것은,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내안의 고유의 선택과 실패를 반복하며 얻는 깊은 혜안과 지혜 그리고 그로 인해 더욱 깊어지는 내 감정을 택할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첫째 딸과 아직은 이러한 상황을 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둘째 딸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어떤 삶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둘째까지 다 읽으면 함께 영화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 좋은 책이다.
비록 청소년 권장 책이었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 책.
더 기버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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